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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古都 만토바(Mantova)의 오페라 "리골렛토(Rigoletto)" 하우스에서
    ◆ 청취자세상/┗⌒여행과 음악 2011. 10. 21. 08:12

     

     겁도 없이 자동차를 빌려서 2주간을 운전하고 다닌 이번 여행에는

    자동차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와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었던 일들이

    더 재미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같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사진 중에 톨게이트 사진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CARTE는 크레딧 카드나 현금으로 지불하는 곳이고 

    TELEPASS는 패스를 가진 사람만 갈 수 있습니다.

     

     

     

    밀라노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GPS에 예약한 호텔 주소를 넣고

    공항을 나와 달리면서 와, 드디어 이태리에 와서 여행을 하는구나 하면서

    좋아했는데 첫번째로 톨게이트에 다달아서 차분하게 다가가서

    크레딧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니

    막대기가 쓱 올라가서 우리가 지나가면 되는데

    그 사이에 자동차 엔진이 꺼져 버려서

    아무리 다시 엔진을 스타트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거예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다시 스타트하려고 해도 되지 않으니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모릅니다.

    차종은 저희들이 한번도 타보지 않은 아우디(Audi)였지만

    렌트카를 한두번 한 것도 아니니 전혀 묻지도 않고,

    또 공항에서는 잘 켜져서 나왔거든요.

     

     

    다른 게이트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말이 통하지 않고

    그들은 지나가기에 바쁘고, 어디에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전화를 한들 이태리 말을 모르니 소용도 없을거고,

    첫날부터 이런 일을 당하니 얼마나 기가 막힌지,

    쨍쨍한 햇빛 아래에서 발만 동동 굴리다가

    돈을 넣는 기계에 emergency에 누르는 botton을 발견하고 눌렀더니

    사람을 보낸다고 해서 조금 기다리니 사람이 오더니

    자동차를 브레이크와 개스를 동시에 밟고 엔진을 켜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간단한 것을 모르니 그 고생을 한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니 자동차가 켜져서

    우리는 톡톡히 밀라노에 도착신고(?)를 하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가끔 다른 곳에서도 엔진이 그렇게 꺼져도 당연히 다시 잘 켰구요.

     

    그런데 그보다 더 암담한 일도 있었습니다.

    남편과 생이별할 뻔 했으니까요.

     

     

     

    busseto_321[1].jpg

      

     

    밀라노에서 남동쪽으로 있는 만토바(Mantova)라는 작은 도시는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이 있는 古都인데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배경이 된 도시입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이..."라는 아리아로 .유명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는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 위고(Victor Hugo)가

    호색한 프랑소아 1세의 행적을 테마로 하여 쓴

    "Le Roi s'amuse 逸樂의 왕"을 바탕으로 인물을 바꾸어

    Francesco Maria Piave가 대본을 쓰고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로

    1851년 3월 11일에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되어

    베르디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오페라입니다.

     

     

     

     

    2010 1015.JPG

    파리의 로댕박물관 정원에 있는

    빅토 위고의 동상

     오페라 리골렛토가 초연된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극장 

     

     

    무대는 16세기의 만토바공국,

    바람둥이 호색한 만토바 공작의 호화로운 궁정에서 무도회로 시작됩니다.

    따라다니는 많은 여자들이 있음을 자랑하는 만토바공작,

    공작의 집에서 사는 곱추이며 어릿광대인 리골렛토는 비천한 신분으로

    멸시를 받으며 살지만 부조리한 사회와 비도덕적인 귀족들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는데 아무도 모르게 외딴 집에 숨겨놓은

    사랑하는 미모의 딸 질다(Gilda)가 있습니다.

     

    어느 날 만토바공작은 성당에서 질다를 만나 그 미모에 반하여

    대학생으로 변장하여 리골렛토의 집을 기웃거리다가

    질다의 아버지가 리골렛토인 것을 알고 놀랍니다.

     

     

    한편 질다는 그 대학생이 만토바 공작인줄도 모르고 그를 그리워하여

    아리아 "카로 노메", 사랑스런 그 이름이여(Caro nome che il mio cor)라는

    유명한 아리아를 부르기도 합니다.

     

     

    Natalie Dessay가 부릅니다.

    "Caro nome che il mio cor"

     

     

    한편으로 리골렛토의 저주와 독설에 원한을 품은 귀족들은

    리골렛토의 딸 질다를 납치하여 만토바 공작에게 데려다 줍니다.

    리골렛토는 만토바 공작에게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고...

    질다는 공작의 침실에서 흐트끼면서 뛰어나와 리골렛토의 품에 안깁니다.

     

    만토바공작은 자객 스파라푸칠레(Sparafucile)가 경영하는 주막에 나타나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 La donna e movile"를 부르며

    이번에는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Maddalena,마달레나)을 유혹합니다.

     

    리골렛토는 외딸이 공작에게 당한 앙갚음으로

    스파라푸칠레를 시켜 공작을 암살하려고 하나 그의 여동생이 사정을 하므로

    그날 밤 주막에 찾아오는 사람이면 아무나 죽여서

    자루에 넣어 리골렛토에게 넘겨주기로 합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남장차림의 질다가 주막의 문을 두드립니다.

    스파라푸칠레는 질다 인줄도 모르고

     그녀를 죽여 자루에 넣어 리골렛토에게 넘겨줍니다.

     

    리골렛토가 자루를 강물에 던지려고 할 때

    밖에서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이라는 노래가 들리므로

    불길한 예감에 자루를 열어보니 자루 안에는 질다가 있었습니다.

    딸의 이름을 목이 메어 부르다가 쓰러지는 리골렛토..

     

    이렇게 리골렛토의 비극의 막이 내립니다.

     

     

     

    ***

     

     

    만토바 市는 오페라 <리골렛토>에 걸맞는 집으로

    1200년 대의 오래된 집을 사들여 "Casa di Rogoletto"

    "리골렛토의 집"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1977년에 리골렛토의 동상을 세우고

    역사적인 명소로 지정을 했다고 합니다.

     

     

    부세토에서 밀라노로 가는 길에 좀 돌기는 하지만

    기어이 만토바도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역시 주소를 입력하니 도심을 지나

    조금 북쪽으로 강을 따라 가다가 구시가지에 있는 리골렛토의 집에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소르델로 광장(Piazza Sordello)

     

     

     

     

    리골렛토가 딸이 든 자루를 던지려고 했던 강인지는 모르지만

    이름도 모르는 강을 따라 길을 가다가 소르델로 광장에 들어서니

    바로 오른 쪽에  "Casa di Rigoletto" 리골렛토의 집이라는 표시가 있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일단 저는 집 앞에서 내리고

    남편은 주차할 곳을 찾느라 광장을 따라 돌길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들어가 보니 집 정원에 동상 하나만 달랑 있고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며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 보니

    리골렛토와는 상관도 없는 왠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고

    리골렛토에 관한 것이라고는 동상이 전부이고

    이층은 개인이 사는 아파트여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실망스러웠지만 사진만 몇장 찍고 바로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를 않습니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니까 좀 돌다가 오겠거니 하고 기다리는데

    30분이 지나도 보이지 않으니 슬슬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날 따라 앞의 건물에서 무슨 페스티발이 열리는지 차는 계속해서 들어오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서 광장이 제법 복잡하였습니다.

     

     

     

     

     

     

    Festivaletteratura가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문학 페스티발이라고 합니다.

    아마 문학의 밤이라도 열리는지

    많은 사람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소를 입력한 GPS를 보고 다시 입력을 하면 어디 멀리 갔더라도

    찾아올 수 있겠거니 하고 염려하지도 않고 기다렸는데

    거의 한시간이 될 때까지도 오지 않으니 여기서 영영 찾지 못하면 어쩌나

    카사 디 리골렛토(Casa di Rigoletto)가 어디냐고만 해도 찾을 수 있을텐데...

     

    남편은 전화도 갖고 있지 않고 나는 차 번호도 모르고...

     

    경찰차가 지나가길래 사정 이야기를 하니

    역시 영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경찰이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안들 무슨 방법으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온갖 궁리를 다 하면서 망부석이 될 것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싶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지만

    잠시라도 떠났다가 그마나 남편이 왔을 때 내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망부석이 되어 있었습니다.

     

     

     

     

    italy_trip_3761[1].jpg

      

     

    이 집 앞에서 꼼짝도 않고 한시간이 넘게 서 있었습니다.

    잊지 못할 리골렛토의 집...

     

     

     

    내가 무슨 오페라광도 아닌데 이태리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무래도 이태리가 오페라의 본 고장인 만큼 베로나의 오페라 페스티발과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의 자취를 찾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간 곳이 만토바였는데 괜히 이곳에 들리자고 우겼는가...

     

    너무 후회가 되고 남편에게 미안하고 이대로 서로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망부석처럼 되어 기다린지 한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광장으로 들어오는 많은 차들 중에 남편의 차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너무나 반가워서 팔팔 뛰면서 손을 흔들고...

    남편도 기진하여 안도의 숨을 쉬며 차를 세웠습니다.

     

     

     

     

     

    주차할 곳을 찾아 이 사진의 끝, 광장의 모퉁이를 돌았는데

    엘레이처럼 바둑판같은 길이 아니고 옛날 길이라 엉뚱하게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원 위치를 잊어버리고

    밖으로 나가 강가를 돌아 멀리 멀리 갔다가....

    어찌 어찌 짐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한시간 이상을 헤메면서 남편은 남편대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GPS에 찍혔던 주소를 확인하지 그랬냐고 하니까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 둘은 화도 내지 못하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사, 감사, 하며 앞으로는 절대 혼자 먼저 내리지 않고

    둘이 같이 가서 주차해야지 결심하였습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이야기입니다. ㅎㅎ

     

     

     

    아리아 "여자의 마음"의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에서

    "갈대"로 번역이 된 단어는 원래 "깃털", 혹은 "새털"이라고 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새털과 같이 항상 떠다니는 여자의 마음,

    달콤한 속삭임, 웃음 띤 얼굴, 눈물을 흘려도 믿을 수 없다네.

    바람에 날리는 새털과 같이 여자의 마음 변한다네"

     

     

    새털이나, 갈대나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고

    어쨋거나 우리는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흘리며 방긋 웃는 얼굴로 거짓말로써 속일 뿐이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큰 소리로 부르며 밀라노로 향했습니다.

    저야 그런 "여자의 마음"은 아니니까요.

     

     

    부세토 호텔의 사진에서 본 

    카를로 베르곤치(1924- )가 부릅니다.

    "여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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