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moon's a harsh mistress 2. Rainy day 3. The Jody Grind
4. Ballad for friend
5.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6. Your face 7. Blueside
8. Hard to say goodbye
9. Time after time
10. Happy hour
11. Reflet
12. 초우
All that Jazz in autumn season (5)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미성, 나윤선 Reflet 차가운 달빛이 대지에 남아 이렇게 추운건가요? 계절은 어느덧 늦가을이네요. 첫눈이 보고싶어 겨울이 어서 왔으면 하는 설레임과, 올해는 유난히 짧은 가을이 가고 있음을 아쉬움이 번갈아가며 사람 마음을 심난하게 하고, 그럴 때마다 음악들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켜보지만, 그렇게 쉽게 차분해지지는 않습니다. ^^
90년대 중반쯤이던가요? 우리나라에 갑자기 재즈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시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좀 논다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장르냐 물어보면 망설임없이 재즈라고 답하던 그런 분위기였죠. 샴페인거품처럼 한순간 솟아오르더니 길거리나 술집에서 어딜 가거나 들려오던 껍데기만 재즈였던 음악들은 하나둘씩 신나는 댄스가요와 통속적인 발라드로 변신해갔죠. 최근까진 예전의 재즈 열풍처럼 한창 거품오른 월드뮤직 붐이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을 휩쓸고 갔었고, 요즘에도 그 잔재는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이거 추천음반은 소개도 안하고 얘기가 다른데로 새나가네요. --a
우리나라 대중음악시장에서 재즈 라는 장르는 고급스러운 발라드를 조금 더 폼나보이게 하는 포장지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개인적 생각인데요. 이소라의 이쁜 발라드나, 전람회 혹은 김동률의 음악에 얼핏 섞여 있는 듯한 재즈풍 발라드나 이와 비슷한 다른 음악들이 그나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이랄까요? 또한 김현철 앨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T-square 풍의 fusion jazz 분위기는 풍겨야지 듣기 쉽지 않지만 그나마 듣기 좋은 음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국내 음반 시장에는 제대로 된 재즈 음반이 없는 듯 합니다.(물론 예전보다야 훨씬 나아졌지만 말이에요. ^^)
올해 초 나윤선이라는 재즈보컬리스트의 데뷔음반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처음듣는 이름이었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여기저기 자료를 검색해보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했었고, CIM이라는 프랑스 재즈학교에서 동양인 최초로 교수재직, 유럽재즈 콘테스트에서 수상 경력등... 여러면에서 검증이 될 만한 프로필에 우선 신뢰가 가더군요. 그래서 음반을 구입하게 되었고, CDP에서 1번트랙이 흘러나오는 순간... '호오~' 작은 감탄사가 조용히 흘러나오더군요.
See her how she flies~ 가녀린 읊조림으로 흘러나온 미성의 보이스는 그 짧은 순간순간마다 미묘한 훈훈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고, 가볍지만 절제된 창법으로 오선지위를 걸어다니는 scat은 가끔씩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저번에 all that jazz in autumn season의 네 번째 앨범으로 소개해드렸던 Charlie Haden과 Pat Metheny의 beyond the Missouri sky에 수록된 곡인 The moon's a harsh mistress를 원곡의 가사와 함께 차분한 미성으로 선보이고 있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랍니다. 이어지는 Rainy day는 김광민의 원곡에 가사를 직접 붙여서 녹음을 했는데, 원곡에 숨겨져있었을 법한 아름다운 멜로디가 발견되어진 느낌이랄까요? ^^
이렇게 차분한 멜로디에 미성이 조화된 곡들이 있는가 하면, The Jody Grind에서는 파워풀하다고 느낄 수 있음직한 스캣과 임프로바이제이션으로 스윙감을 한껏 돋워내고 있습니다.
Ballad for friend를 제외하면 나윤선의 음반 Reflet은 음반판매를 위해 보통 발라드에 고급스런 장식을 하기 위해 재즈를 가미한 음반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만큼 듣는 이로 하여금 재즈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의 음반이라는 얘기도 되겠지요. ^^;
스산한 날씨의 연속이군요. 회색빛 하늘이 싫지만 않은 분들이 있다면 이 음반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요즘같은 날씨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음악들이 있다면 나윤선의 Reflet가 아닐까 합니다. 10월에 마지막날 all that jazz in autumn season의 다섯 번째 음반으로 소개해드린 나윤선의 Reflet 이었습니다.
2002. 10. 31
* reflet [rflei] 【F】 n. 표면의 특별한 광휘; 도자기의 금속적 광택, 무지개색
나윤선 공식 홈페이지